
닮고 부서진 그네들 얼굴과 몸체가 명상을 권한다. 세월 넘나든 사람들의 마음 속내와 희로애락 감정들이 눅진하게 밴 옛적 돌사람들. 한없이 살갑고 편안한 느낌이다.
지난 2001년 5월 강원 영월군 남면 창원리 옛 창령사 터에서 무더기로 발견돼 이듬해까지 발굴 조사로 세상에 다시 나온 화강석 나한상 300여점(국립춘천박물관 소장)의 실체다. 나한은 사람 몸으로 깨달음을 얻어 중생과 부처의 마음을 잇는 불교 성자를 일컫는다. 창령사 터 나한상들은 발견 이래 여러 순회전들을 통해 다른 어떤 불상보다도 인간적인 얼굴과 감동적인 미소로 사랑받게 된 '힐링 문화유산'이다.
창령사 터의 성격과 출토 나한상의 역사적 가치를 밝히기 위한 대규모 학술대회가 처음 펼쳐진다. 강원 영월군(군수 최명서)과 강원역사문화연구원(원장 최종모) 주최로 25일 낮 1시부터 영월읍 영월관광센터에서 열리는 ‘영월 창령사지·오백나한상 학술 심포지엄’이 화제의 행사다.
심포지엄의 핵심은 창령사 터 나한상들의 수수께끼 풀기다. 완형과 잔편 등을 포함해 300점이 넘는 것으로 조사된 나한상들은 시공을 초월한 수작이지만, 그 정체가 안개에 휩싸인 유물들이기도 하다. 지난 20여년간 쌓은 대중적 명성과 달리 만든 시기가 언제인지, 창작한 조각 양식의 뿌리와 만든 장인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등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단서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12~13세기 고려시대 혹은 14~15세기 고려 말~조선 초기 때 남한강 일대 지역에서 활약한 지역 석공이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만들었으리라 짐작할 따름이다. 그래서 주목되는 것이 제작 시기와 조각 양식, 장인들의 계통 등에 대한 논의인데, 2부 발표와 이후 토론에서 본격적인 이야기들을 펼칠 예정이다. 강삼혜 강원도 문화유산위원의 ‘영월 창령사지 오백나한상의 미술사적 가치’, 최선주 중앙대 객원교수의 ‘오백나한상의 콘텐츠 활용 방안’, 이분희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전문위원의 ‘영월 문화유산으로서의 창령사 오백나한상 고찰’이 발표되며, 토론은 임영애 동국대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다.

심포지엄은 앞서 ‘영월 불교계의 시대적 추이’를 주제로 한 정병삼 숙명여대 명예교수의 기조 강연으로 시작된다. 1부에서는 영월 창령사 터를 중심 주제로 삼아 홍성익 강원도 문화유산위원의 ‘영월 오백나한상 출토지의 사명에 대한 문헌사적 검토’와 이나리 강원역사문화연구원 팀장의 ‘창령사지 발굴조사와 성과’, 김우웅 한국건축문화정책연구원장의 ‘영월 창령사지 정비 및 활용방안’ 발표가 이어진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