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섬이 몇 갠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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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영선 작성일 23-12-29 15:13 조회 67회 댓글 0건본문
독도를 노래한 동시 33편을 수록한 동시집이 나왔다. 대구문인협회 아동문학분과위원장인 안영선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독도야, 우리가 지켜 줄게>. 수록 작품 전체가 독도 하나만을 노래한 '독도 동시집'으로는 나라 안에서 처음 출간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동시집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 '독도에 가 봤지'는 시인이 해마다 직접 가서 본 독도의 흙, 풀, 나무, 이름, 새 등을 노래했다. 물론 시인은 아이의 눈과 마음으로 그들을 보았다.
<독도에 가 봤지>
독도에 가 봤지
섬이 몇 갠지 아니?
동도, 서도 2개지 땡
동도, 서도 외에 31개 땡
섬은 모두 91개 딩동댕.
그런데
독도의 섬과 넓이는
독도에 갈 때마다 달라
섬의 개수도 넓이도
파도가 결정해 주거든.
독도에 가본 어른들도 이 동시를 읽고 나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것이다. 독도라면 으레 동도와 서도, 그렇게 섬이 두 개인 줄로만 아는 게 보통인데, 섬이 91개나 된다고? 만약 자녀와 함께 독도까지 갔다가 동도, 서도 말고도 섬이 몇 개 더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더라면 얼마나 곤란할까.
안영선 시인의 동시는 이렇게 독도에 관한 지식을 알려준다. 그러나 시의 본령이 지식을 전달하는 데 있지 않다는 점을 잘 아는 안영선 시인은 압축과 함축을 중시하는 시의 정체성을 훌륭하게 지켜준다. <독도에 가 봤지>를 읽어보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이지만, 독도가 거느린 섬의 개수와 넓이가 갈 때마다 다르다는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시인은 말한다. '파도가 결정해 주거든'이라고. 보통 사람과 시인의 눈은 이렇게 다르다.
시인의 눈은 역시 다르다
2부 '독도에 가 봐'는 독도의 역사와 지리를 노래한다. '시험 문제'라는 작품의 1연은 '우리나라 독도에서/ 고기 잡던 안용복/ 일본에 납치됐는데/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묻는다. 이어 2연에서 그 질문이 '조선 시대 숙종 때/ 과거 시험 문제인데'라고 밝힌 다음, 3연에서 '넌 어떻게/ 답을 쓰겠니?'하고 마무리한다. 안용복 사건은 널리 알려졌지만, 그 일이 과거 시험에 등장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험은 새롭고 낯설다.
특히 조선 시대의 과거 시험이 그런 문제를 다뤘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동시의 형식을 빌어 알려주는 게 대단히 교육적이다. 그래서 문학 작품은 역사책보다 '상수'인 것이다.
3부 '독도가 보인다'는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주제를 노래한다. 작품 '유인도'는 그 사실을 아주 간명하게 표현해낸 절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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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에 수록된 시 중 한 편인 '독도의 흙' | |
ⓒ 섬아이 |
<유인도>
유인도가 되려면
두 집 이상 사람이 살고
먹을 물이 있어야 하고
나무가 있어야 한다네.
독도에는 김성도 할아버지 내외와
전투경찰도 살고
물골에는 물도 있고
사철나무도 있다네.
일본은 왜 자꾸
무인도라고 우길까
섬나라에 살면서
섬을 모르네.
4부 '독도 사랑 슛 골인'은 독도를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독도의 몽돌과 파도 등을 의인화한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시인은 <동서교>라는 작품을 통해 '독도의 섬/ 동도에서 서도로/ 다리를 놓자// 육지에서/ 멀리 있어도/ 둘이는 외롭지 않게// 하나 되어/ 놀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게'라고 노래한다. 시인은 독도를 떠나오면서 뒤에 남겨둔 그 섬이 무척 외롭게 보였나 보다.
특히 시집은 박은경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린 그림 덕분에 동시집다운 품격을 한층 높였다. 시 작품 한 편 한 편마다 화사하면서도 간결한 그림을 곁들여 시의 이미지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했다.
시인은 "이 한 권의 시집으로 독도가 어떤 땅인지를 다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린이 여러분이 독도에 대해 관심을 가져서 일본의 주장이 억지라는 걸 전 세계에 알리고 대한민국의 땅인 이유를 분명하게 말해 줄 수 있는 자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출간 소감을 밝혔다.
안영선 시인은 대구대학교 대학원을 마치고 현재 대구 시내 초등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교육자 시인이다. 아동문학평론, 농민문학, 문학공간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그 동안 공무원 문예대전 최우수상, 교원문학상, 해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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